언론-전문가 ‘부시 기업개혁 구상’ 반응 냉랭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3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꼬리를 물고 터지는 대기업 회계부정 스캔들과 관련해 9일 미국 경제의 심장인 뉴욕 월스트리트를 방문해 대책을 내놓았으나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기업경영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이날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기업 범죄에 대한 수사 및 처벌 강화,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의 윤리의식 회복 등을 역설했다.

경제전문 MSNBC 방송은 연설에 대해 “많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제안이 너무 미미하고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경제전문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최대증권사 메릴린치의 투자자 오도 사건을 담당했던 엘리엇 스피치 뉴욕주 검찰총장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은 공을 앞으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기업에 너무 친숙하다는 비판을 받는 부시 행정부가 강력한 규제 방안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려고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토머스 대슐리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대통령이 목소리는 큰데 아주 작은 막대기밖에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이고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금융시장에서 나돌았던 갖가지 아이디어를 묶어놓는 데 그쳤다는 금융계의 반응을 전했다.

10일자 뉴욕타임스는 ‘모처럼 공화당 대통령이 기업개혁을 외쳤지만 정치적 의도만 앞설 뿐 열정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기업범죄자 형량 연장방안에 대해 이 신문은 “상원에서는 주주를 속이는 각종 위계(scheme or artifice)를 중죄의 한 범주로 설정하려고 하는 데 비해 훨씬 부족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범죄 전문수사대의 창설 방안에 대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은 ‘금융문제의 연방수사국(FBI)’인 것처럼 말했으나 FBI나 법무부는 이를 ‘조정기관’ ‘정보집합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연설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부시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할 때 보합세였으나 연설중 하락했고 오후엔 더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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