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성인프로 국내안방 노출 우려

  • 입력 2002년 6월 29일 07시 01분


정부가 연내에 일본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키로 함에 따라 국내 문화 산업과 국민 정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 방송의 드라마 쇼 오락 프로그램이 아무런 제한 없이 국내 안방극장에 방영될 경우 성을 매개로 한 일본문화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국내 방송사들이 일본 방송의 다큐멘터리 스포츠 보도 프로그램만 방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사후심의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일본의 성인대상 프로그램이 ‘무방비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방영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일본의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베드신 등 우리의 방송프로그램보다 훨씬 야한 것이 많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영될 경우 청소년들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외국방송프로그램을 수입 방영할 경우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성인영화나 비디오의 경우는 수입 심의절차를 통해 관람 가능 연령대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성인영화에 관객이 몰릴 경우 국내 영화산업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작품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수입이 금지됐던 성인용과 코믹 무협물 등이 무제한적으로 수입될 경우 국내업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애니메이션 업계는 일본 애니메이션 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어로 부른 노래의 경우는 이미 인터넷이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상당히 광범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 가창음반이 개방되더라도 급격한 소비 증대 등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음반업계의 전망이다.

게임기용 비디오게임물의 경우도 국내 게임 마니아들이 비디오게임보다는 컴퓨터게임 쪽에 관심을 갖고 있어 개방에 따른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3차(1998년 10월20일, 99년 9월10일, 2000년 6월27일)에 걸쳐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했으나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나 이익에 관한 구체적 자료가 없어 전면 개방에 따른 손익계산을 섣불리 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대중문화 전면개방 추진은 문화분야뿐만 아니라 외교분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을 위한 공동연구위원회 개최 △신사참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 전몰자 위령시설 검토 △남쿠릴열도 꽁치조업 협의 △월드컵 대비 셔틀비행기 운항 △한국인의 일본 단기입국 사증 면제 △양국간 투자보장협정 체결 △한국산 돼지고기 수입금지 해제 등을 양국간 7대 현안으로 선정하고 이를 조기에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었는데 대중문화 전면개방이 이 현안 해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7대 현안 중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문제와 신사참배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 전몰자 위령시설 설치를 제외한 현안들은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본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하는 대신 역사교과서 왜곡을 조기에 바로잡고 전몰자 위령시설을 설치토록 일본에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일 과거사 문제는 뿌리가 깊고 언제든지 다시 덧날 수 있는 미묘한 사안이어서 이에 대한 완전한 매듭없이 일본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하면 우리의 지렛대를 잃게 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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