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좀 꺼주세요” 철새 하루 수천마리 빌딩에 부딪혀 죽어

  • 입력 2002년 6월 10일 17시 21분


밤에 대도시 고층빌딩의 전등만 모두 꺼도 건물당 하루 수천 마리의 철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의 필드박물관 보전생태학자인 더그 스토츠 박사는 10일 박물관 웹사이트(www.fieldmuseum.org)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철새 이동기간에 고층 빌딩의 불을 끄면 창문에 부딪혀 죽는 새의 수를 최고 83%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토츠 박사 연구팀은 철새 이동시기인 3월 하순에서 5월 하순, 8월 중순부터 11월 하순사이에 시카고의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 빌딩에 부딪혀 죽은 새의 수를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매일 조사했다. 이 빌딩은 건물 외벽의 절반이 유리로 돼 있다.

조사 결과 건물 전체에 불이 켜져 있을 때는 하루 평균 613마리가 창문에 부딪혀 죽었으나 등을 모두 껐을 때는 46마리가 죽었다.

스토츠 박사는 “건물 불빛이 별빛에 의존해 이동하는 철새들의 방향 감각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새 이동 기간에 대도시 빌딩 전체의 불을 끄면 조류를 보호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조류학회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1억∼10억마리의 새들이 건물에 부딪혀 죽는다. 시카고시는 철새 이동기간에는 가능한 한 고층 건물의 전등을 끄도록 권장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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