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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2일 2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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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미국의 카운터 테러 캠페인이 중동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도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아태지역도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공격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주제 발표자와 패널리스트들은 발언 서두에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테러 근절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둘째,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아태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인도와 파키스탄간 분쟁도 화급한 이슈로 언급됐지만 참석자들은 북한핵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밖에서 이 정도인데 정작 우리들은 이 문제에 너무 무신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이유는 참석자들의 주제 발표와 발언에서 잘 드러났다. 그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실험 유예조치가 2003년에 끝나게 돼 있는데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답이 아직 없다는 점 △대북 경수로 핵심부품 제공과 북한의 핵사찰 수용이 차질 없이 ‘교환’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점 △북핵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30년 동안 유지돼 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을 크게 걱정했다.
이에 대해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고문)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들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설득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측 대표인 김국헌(金國憲) 국방부 군비통제관은 핵 및 생화학 무기에 관한 각종 국제협약에 대한 남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뒤 “북한 핵 의혹 규명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참석자들은 중국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성장이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반면 이 지역의 현상유지를 깨고 새로운 경쟁체제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넷째, 아태 안보기구에 대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청장관의 주제발표였다. 그는 아태지역 국가들의 국방당국이 참여하는 이런 형태의 안보포럼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호교류를 통해 불신을 씻자는 것이었는데 일본은 이를 위해 벌써 6차례나 ‘도쿄 포럼’을 주최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일본이 아니더라도 북한문제를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우리로선 이런 형태의 안보 포럼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마지막 날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외무장관의 주제 발표를 들으면서 더 간절해졌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파키스탄의 도발에 의해 많은 무고한 인도 국민이 희생됐다고 주장하면서 간디 이래 인도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였음을 효과적으로 상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의장님, 제 나이 70이 넘었습니다. 파키스탄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피가 끓어오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인내하고 테러에 맞설 것입니다”라는 그의 호소에 가까운 연설은 좌중을 압도했다.
파키스탄 대표의 불참으로 반론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의 호소는 이런 포럼의 유용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싱가포르〓이재호기자
leej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