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특집]중국투자 10계명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56분


화장품 업체로 지난해 만주지역에 150만달러를 투자한 A사. 이 회사 L사장은 중국에 함부로 뛰어들다가 큰코다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터라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금은 진출한 지 1년도 채 안됐는데 중국시장에서 물러날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수질문제였다. 화장품에 수질은 민감한 부분. 만주 지역의 겨울은 길고 혹독했고 물은 얼지 않은 강바닥의 흐린 물밖에 없었다.화장품의 품질관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은 넓고 예기치 않은 문제도 많다. 중국 베이징 현지 법률자문회사인 국연컨설팅의 김덕현(金德賢)박사는 “중국은 근대와 현대 그리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국의 경험만으로 뛰어들다가는 실패확률이 매우 높다”며 “실패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보다 많은 만큼 실제 진출하기 전에 사장이나 실무자가 1년정도 현장에서 ‘부담 없는’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비즈니스’ 성공을 100% 보장해주는 왕도(王道)는 물론 없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한국업체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보면 절대로 피해야 할 점, 또는 반드시 해야 할 사항들의 유형이 잡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중국에 투자한 업체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10대 체크 포인트’는 아직도 안개와 자갈밭이 많은 중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유용한 길잡이가 될 만하다.

이미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기업의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관시(關系)’는 약(藥)이면서 독(毒)〓반도체 생산설비를 수출하는 L사장. 지금은 1년에 300만달러의 주문을 받고 있지만 이것을 달성하는 데는 무려 4년이 걸렸다. 국영기업체의 사장(중국식 표현으로는 총경리)이하 실무자까지 찾아다니며 온갖 접대를 다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구박을 다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결정권자는 사장 1명이었다. L사장은 “관시가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가격을 포함한 경쟁력이더라”고 털어놓았다.

중국은 인맥의 비중이 큰 관시의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관시의 비중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법과 제도를 우선 지킨 뒤 인간관계는 부수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라.

▽문서관리를 확실히 하라〓기계수출업체인 B사는 상하이 인근 도시의 한 중국업체와 6000만원어치의 기계 판매계약을 맺고 30%의 선금을 받았다. 나머지는 기계가 도착하는 대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기계가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잔금을 주기는커녕 공안기관이 들이닥쳐 상품검사서를 요구했고 치밀한 자료가 없었던 이 회사는 잔금을 고스란히 떼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 베이징 현지 법률자문회사인 국연컨설팅의 김덕현(金德賢) 사장은 “중국에서는 변호사도 당원이고 공무원이기 때문에 일단 소송이 시작됐다면 한국기업이 이기기가 힘들다”며 “미리 미리 꼼꼼히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현금위주로 영업을 해 소송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설사 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합작투자계약서,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할 때 중앙이나 지방정부 책임자의 서명을 꼭 받아야 한다.

▽합작이냐 단독투자냐〓파트너의 비협조 등으로 경영권 분쟁이 종종 나타날 수 있다. 기존 중국기업의 영업망을 이용하려 할 때는 합자가 유리한 때가 많다. 합작 파트너가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어디에 투자하나〓각 지자체별로 선호업종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가령 상하이는 전통 제조업은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경제 특성은 물론 날씨까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건자재와 화장품 등 날씨가 중요한 업종은 북쪽보다는 남쪽 지방이 유리하고 섬유 기계는 상하이보다는 쓰촨성 등 내륙 지역이 더 적합하다.

▽공무원의 투자 유인책을 경계하라〓외자유치 담당 공무원들은 실적을 위해 극진한 대접을 하지만 언제까지나 투자기업을 돌봐주지 않는다.

▽원부자재 조달여건을 살펴라〓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인 탓에 규제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강판 등 33종 383개 품목이 수입쿼터 및 수입허가 관리품목으로 묶여 있으므로 원부자재 조달 가능성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현지 자금조달은 어렵다〓중국에선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자금 소요가 많고 운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로도 한정돼 있다. 초기 투자금액의 2,3배를 확보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 선발 진출기업들의 충고다.

▽100% 내수판매가 가능한가〓표면상 제약이 없지만 영업허가증에 기재된 영업범위 내에서만 해야 하는 등 제약도 많다. 처음부터 내수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잡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내수와 수출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수익금송금은 쉬운가〓법적으로 제한이 없으나 이런저런 구실로 막고 있다.

▽저임금 메리트가 있는가〓중국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약 120달러로 한국에 비해 8분의 1 내지 10분의 1이다. 그러나 복리후생비 주택보조금 물가보조금 등 ‘고용관련 준조세’가 많고 그 액수가 임금의 59%에서 10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실제 한중간 임금격차는 4분의 1가량이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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