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탤보트 前부장관 美-러정상회담 비화 책으로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09분


옐친 前대통령
옐친 前대통령
세계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미-러 정상회담의 뒤편에는 감춰진 이야기가 많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스트로브 탤보트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이 최근 펴낸 저서 ‘러시아의 손’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비화가 가득 담겨 있다.

‘술고래’였던 옐친 대통령은 회담 때도 늘 취해 있었다. 그는 93년 4월 클린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만찬에서 술에 취해 연설을 제대로 못했고, 94년 9월 미국 방문 때는 기내에서 너무 많이 마셔 부축을 받으며 비행기에서 내려와야 했다. 자신이 임명한 총리의 이름을 잊어버린 적도 있었고 “잠수함에서 정상 회담을 갖자”고 제의해 미국 측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탤보트 소장은 “옐친 대통령은 술에 취하면 거칠어지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미국 측은 오랜 경험을 통해 술에 취한 옐친 대통령이 ‘노(No)’라고 외쳐도 사실은 ‘예스(Yes)’를 뜻한다는 점을 눈치채기에 이르렀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 상대라고 이 책은 분석했다.

최악의 미-러 정상회담은 98년 9월의 모스크바회담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로 인해 만신창이 상태로 모스크바에 왔고 옐친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된 데다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파탄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두 정상은 서로 상대방이 전혀 부럽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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