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팽 총리 ‘만년2인자’ 냐

  • 입력 2002년 4월 21일 17시 48분


‘만년 2인자’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사회당의 조스팽 총리는 프랑스 좌파의 거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생존시에는 미테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95년 대선에서 자크 시라크 후보에 패배한 후에는 시라크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밀렸다. 그가 이번 대선을 통해 1인자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계보와 개인적 카리스마가 중시되는 프랑스 정치판에서 조스팽 총리는 특이한 존재다. 시라크 대통령처럼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청중을 흡인하는 연설력도 없으며 여성에게 어필하는 매력적인 용모도 아니다.

흐트러진 머리칼에 유행에 뒤떨어진 양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조르주 퐁피두 총리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퐁피두의 후광을 입은 시라크 대통령처럼 계보정치의 단맛도 보지 못했다.

미테랑 전 대통령 밑에서 교육부장관(88∼92)을 지낸 것 외에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95년 대선에 첫 출마, 1차투표에서 23.30% 대 20.84%로 시라크 후보를 눌러 세인을 놀라게 했다.

2차 결선투표에서 시라크에 역전패당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97년 시라크 대통령이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조기 총선에서 사회당을 이끌고 승리했다. 좌파 내각의 총리가 된 뒤에는 각종 사회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공기업 공개와 민영화 등 좌파에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정책을 펴왔다. 프랑스는 수십년 만의 호황을 누렸으며 조스팽 총리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의 오늘은 비상한 머리와 성실성만을 밑천으로 아래로부터 올라온 결과다. 그래서인지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 힘든 학자풍의 엄격한 분위기는 정치인 조스팽의 최대 약점. 게다가 젊은 시절 트로츠키파로 활동했던 사실을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솔직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프랑스 국립 고등사회과학원(EHESS) 정치철학교수이자 페미니스트 작가인 실비안 아가친스키 여사가 부인.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자크 데리다와 연인 관계였던 아가친스키 여사는 조스팽 총리와 결혼 후에도 데리다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17)을 데리고 들어와 살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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