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스위스 유엔가입 논쟁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10분


스위스가 유엔 가입 여부를 결정지을 다음달 3일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열띤 찬반 논쟁에 휩싸여 있다. 유엔 가입은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의 국가적 정체성을 좌우하는 문제다.

가입을 지지하는 정부와 주요 정당들은 유엔 가입이 중립국으로서의 스위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를 지낸 코르넬리오 소마루가는 외신과의 회견에서 “나의 조국이 유엔헌장에 서명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로 우파 성향인 반대자들은 유엔 가입은 스위스가 소중히 지켜온 가치들을 포기하는 것이며 유엔 안보리 5개 이사국들의 정치적 독재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입 지지율은 50%를 약간 넘고 있다. 그러나 냉전 때이던 86년 국민투표에서 75%의 반대로 유엔가입안이 부결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스위스의 유엔 가입 논란은 유럽의 다른 중립국들의 탈(脫) 중립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도 있다.

비동맹 중립주의를 표방해 온 스웨덴과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도 지난해부터 사실상 중립을 포기하는 안보 독트린을 채택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도 지난해 11월 역사상 처음으로 NATO와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해 이미 한 차례 탈중립화 논란을 빚었다. 유럽 중립국들의 탈중립화 움직임은 냉전 종식과 함께 새롭게 재편된 국제질서 속에서 중립국이란 지위가 더 이상 안보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예로 9·11테러가 보여주듯이 요즘엔 전쟁이 아니더라도 테러와 국제범죄조직 등에 의해 언제든지 공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중립국보다는 국제적인 협력체제의 일원이 되는 것이 안전과 번영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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