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서울선 무슨말 할까" 정부 조마조마

  • 입력 2002년 2월 17일 18시 56분


정부가 19일 처음 방한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내놓을 ‘서울 발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도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회의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어 정부 관계자들은 혹시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정상회담 성과는 온데간데없고 부시 대통령의 발언만 화제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기자회견과 경의선 도라산역 연설, 오산기지 연설 등 3차례의 연설 일정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 특유의 직설화법이 돌발적인 대북발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다만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후 갖는 기자회견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김 대통령의 인권 및 민주주의 신장에 대해 높이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것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한반도 화해를 위한 상징적인 방문지로 선택된 경의선 도라산역 연설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실향민들을 상대로 ‘미국도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염원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떠나기 앞서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행할 오산기지 연설에서는 상당히 강경한 톤으로 대북 경고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짓는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이 조만간 시작될 2단계 대테러전쟁과 올 11월 중간선거를 의식, 이라크를 비롯한 테러지원국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예상치 못한 강성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외교통상부의 한 관리는 “부시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반미감정과 국민정서를 건드리는 말은 자제할 것으로 보지만 솔직히 부시 대통령의 입 때문에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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