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獨외무 등 美일방주의 외교 비판

  • 입력 2002년 2월 13일 17시 56분


‘악의 축’ 발언으로 대별되는 미국의 군사적 일방주의에 대해 유럽의 지도자들과 언론, 그리고 유엔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12일자 디벨트 지와의 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관련, “6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장래를 미국 혼자서 이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미국이 무분별한 군비 확장에 나서는 것은 세계를 더욱 불확실하고 위험하게 만든다”면서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동맹국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며 동맹국들은 위성 국가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피셔 장관은 또 “테러에 대항한 국제사회의 연대는 미국의 특정국가 공격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미국의 독단적인 대 테러 전쟁 수행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미국은 확고한 증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다른 국가를 상대로 대(對)테러전을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회견에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은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라크 등을 포함한 테러 관련 ‘블랙 리스트’를 만드는 데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아난 총장은 9일 스위스 일간지 블리크와의 회견에서 “세상에는 중간적인 것들도 있으며 선과 악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 세계를 선한 나라와 악한 나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관점은 비현실적이다”고 ‘악의 축’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외의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미국의 대 테러 전쟁 확대 움직임을 경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9일 ‘선과 악의 세계’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은 로마제국 전성기 이후 어느 강대국보다 강하지만 막강한 군사력 때문에 우방의 필요성을 잊기 쉽다’면서 ‘미국은 먼저 우방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 3개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 이들 국가의 고립을 끝내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그의 연설은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약화됐다는 우려 또한 고조시켰다고 강조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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