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용인 美 속셈은… “日불황 세계경제 충격줄라”

  • 입력 2002년 1월 28일 19시 00분


일본의 엔저정책을 바라보는 미국의 본심은 무엇일까. 지난주 일본을 방문한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의 엔저 관련 발언을 계기로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언제 어디까지 엔저를 용인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은 엔저를 용인하며 일본 정부에 줄곧 힘을 실어 줘 왔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일시적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데 따라 어느 정도의 엔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당분간 엔저가 지속되더라도 우선 일본 경제를 살려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여보자고 판단했던 것.

그러나 최근 일본이 구조 개혁 등 자체적인 노력보다는 수출 확대를 겨냥한 엔저정책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자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닐 재무장관은 22일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과의 회담 후 “일본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부실 채권을 해결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의 수출업계에서도 엔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에선 미국이 일단 일본의 경제 개혁이 본격화되는 올 상반기까지 엔저 추세를 묵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즉 일본 정부의 구조조정을 지켜보다가 진전 없이 엔저만 가속화될 경우에는 제동을 걸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6월경에는 140엔까지 떨어지겠지만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하반기에는 다시 130엔 대에서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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