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저에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중국.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있다며 평가절상을 요구하다가 중국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엔저 용인으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중국은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지난해말 중국을 방문한 일본 국회의원단에게 “엔저유도는 일본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비난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다이샹룽(戴相龍) 중국인민은행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엔저가 아시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중국의 위엔화 환율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일본이 아시아 경제를 위해서 환율안정을 꾀하도록 강력히 요구했다. 또 인민일보 신화사 등 중국 언론들도 “일본이 주변국을 홍수 배출구로 삼고 있다” “일본은 갈증을 해소하려 독주를 마시고 있다”는 등 맹비난하고 있다.
ASEAN 내에도 일본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주변국에 악영향을 끼치는 ‘근린 궁핍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견에서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중국의 위안화나 ASEAN 각국 통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엔저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환율수준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ASEAN 각국들은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여차하면 자국 통화가치도 떨어뜨리겠다는 태세다.
특히 마하티르 총리는 11일 “엔저가 더 이상 진전되면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말레이시아도 외환제도 변경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달러화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중순이후 엔화가치가 7.6% 떨어짐에 따라 한국 원화는 2.1%, 대만 달러는 1.5% 떨어지는 등 아시아지역의 통화가치 하락이 잇따르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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