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하나” 유로시대]美 “달러시대 계속” 느긋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49분


미국은 유로의 출범에 대해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로가 유럽 12개국의 단일통화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국제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의 위상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미 언론과 금융전문가들은 유로가 지난 3년간 금융기관의 결제수단 등으로 시험적으로 사용됐지만 달러에 대한 가치는 하락한 점을 들어 유로가 안정적인 국제통화로서 위력을 갖기 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의 가치는 99년 1월1일 첫 선을 보일 당시 1.17달러였으나 최근엔 90센트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올해 10년만의 경제침체와 9·11 테러라는 국가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와 일본 엔화 등에 대한 달러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초강대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국제정세가 불안할수록 안정적인 통화인 달러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는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USA투데이지는 26일 ‘유로화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여전히 지배한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미국을 싫어하는 국가나 사람들도 달러는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전 정권도 미국 책과 테이프의 반입은 금지했지만 달러는 환영했다는 것.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유로에 대한 달러의 강세는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높은 생산성 때문에 유럽의 자금은 수익을 좇아 미국으로 대거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발행한 달러의 총액은 5950억달러로 이 중 3분의 2가 넘는 4000억달러 이상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또 전 세계 교역의 절반 정도는 달러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이 같은 ‘달러의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미국은 낙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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