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요즘 일본 금융정책 당국안에서 이런 발언이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일본 금융당국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는 등 각종 금융완화책을 동원해 투자를 촉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따라서 수출증대와 인플레 유발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수 있는 엔화약세만이 유일한 처방책이라는 것. 미국도 일본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엔화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용인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아직도 엔화가치가 일본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돼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메릴린치증권 등은 내년 3월말 환율을 얼마전까지만 해도 130엔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135엔으로 수정전망했다. 일부에서는 140엔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환율이 계속오르는 것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분기(4∼6월) -1.2% △3·4분기(7∼9월) -0.5%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펀더멘털이 나쁘기 때문. 또 실업률도 5.4%로 전후 사상최고 수준이며 대형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관련 장관들조차도 “앞으로 더욱 경기가 나빠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
최근 엔저 속도가 빨라진 것은 일본은행이 엔화를 풀어 외화채권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부터. 그러나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가 개입을 반대하는데다주변국이 엔화약세에 반발하고 있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내년 하반기 미국경제가 회복될 경우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좋아지면서 엔화약세가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일본 당국은 환율이 경제상황을 반영해 평가절하되는 것을 억지로 막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엔화약세를 유도하지도 않겠다는 입장. 다만 엔화가치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면 해외투자가들이 엔화자산의 폭락을 우려해 일본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투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속도조절에만 개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