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 아랍인은 모두가 죄인?…법무부 5000명 뒷조사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24분


‘9·11테러’ 이후 미국 내 아랍인들에 대한 ‘레이셜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이셜 프로파일링’이란 미국 내 소수 인종에 대한 수사기관의 각종 차별적 조사 및 검문 관행을 가리킨다.

또 아랍계들은 최근 대규모 감원바람이 불면서 맨 먼저 해고되는 사례가 많아 이들에 대한 직장 내 차별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레이셜 프로파일링〓미국 법무부가 추가 테러 방지를 위해 아랍 출신 남성 5000여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과 별도로 상당수 지역 경찰이 아랍계 출신만을 선별 조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 경찰은 10월 범죄 전력이 있는 아랍계 주민들 100여명을 추려낸 뒤 영장을 들고 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

이 때문에 미국의 각종 인권단체와 아랍계 단체들은 “명백한 차별적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의 일부 경찰들은 법무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아랍계 학생들에 대한 광범위한 선별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과 연방이민국(INS) 등의 직원들은 최근 미국 내 수백개 대학 캠퍼스와 학생 숙소 등을 찾아다니며 아랍계 학생들의 소재와 학업 이행 여부, 학생의 성향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랍계는 우선 해고대상?〓이집트 출신의 애시번 오사마 엘코샤이리는 최근 FBI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월마트 간부에게서 테러 사건 등에 관한 질문을 받은 며칠 뒤 해고당했다. 그는 해고되기 전에도 동료 직원들에게서 가운데 이름이 빈 라덴과 같다는 이유로 “당신이 테러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모욕을 여러 차례 당했다.

한 항공정비업체 직원이었던 맘도우 바유미도 테러 사태 후 아무런 설명 없이 해고당하고 말았다. 그가 나중에 전해들은 해고사유는 아랍계여서 추가 항공테러에 가담할 우려가 있다는 것.

아랍계 단체들은 최근 감원바람이 불면서 아랍계 미국인들이 맨 먼저 해고자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아랍계 해직자 100여명이 연방균등고용위원회에 탄원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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