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戰 다음대상에 북한포함' 시사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29분


대(對)아프가니스탄 테러 전쟁 중인 미국이 다음 공격대상에 북한을 포함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뉴욕타임스의 25일자 보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11’ 테러 참사 이후 미국에선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 수단 소말리아 등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라고는 해도 북한이 그 대상 중 하나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북한인가〓미국은 북한이 그동안 은밀히 생물학 무기를 개발해 왔으므로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이를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이 19일 제네바에서 열린 생물무기협약(BWC) 제5차 평가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생물무기 개발에 관한 정보를 확신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BWC 준수와 생물무기 개발계획 폐기를 촉구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낸 것.

9·11 테러 참사 이후 탄저균 테러를 통해 생물무기의 위협을 절감한 미국으로선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미국은 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6월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대북협상에서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군사적 압박을 가할까〓뉴욕타임스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 문제에 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9일 워싱턴 주재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9·11’ 테러 직후 미국에 위로를 보내고, 유엔의 반테러 협약에도 일부 가입한 점을 예로 들며 “이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도 6월 이후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도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이 설사 2단계 작전으로 이라크나 수단을 공격한다고 해도 북한에 대해서까지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문제의 기사〓뉴욕타임스는 25일 종합면이 아닌 일요판 부록 ‘위크 인 리뷰(Week in Review)’ 섹션에서 “미국이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승리한 다음에는 북한과 이라크에 핵·생화학무기 사찰을 위한 통첩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떤 시점에서는 외교보다 폭탄이 우선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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