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3000명 "유엔에 집단투항"

  • 입력 2001년 11월 19일 00시 00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처음으로 탈레반군이 유엔에 조건부 집단 투항키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쿤두즈주의 부족 원로 마울비 사이디 하킴은 18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연일 맹폭을 가하고 있는 쿤두즈주에서 북부동맹군에 포위된 탈레반 전사들이 유엔에 투항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킴은 "6명의 부족 원로와 쿤두즈의 물라 다둘라 탈레반 사령관, 하지 오마르 칸 쿤두즈 주지사 등이 모여 논의한 결과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며 "쿤두즈의 지역 주민들도 미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탈레반군이 투항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킴은 "쿤두즈 지역의 탈레반 사령관이 유엔과의 협상권한을 모두 나에게 위임했으며 탈레반군의 병력규모는 파키스탄과 아랍, 체첸 등 외국인 병력을 포함해 30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북부동맹측은 이와 관련 "탈레반측이 두가지 조건을 걸어 투항을 제의해 왔다"며 "두가지 조건은 탈레반을 도운 외국인 병사는 목숨이 반드시 보전돼야 하며 유엔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투항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탈레반의 집단투항 제의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CNN방송은 이날 3만여명의 북부동맹군에 포위된 쿤두즈의 탈레반 병사들이 항복하느니 차라리 자살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60여명의 체첸인 탈레반군이 북부동맹에 밀려 더 이상 도주할 곳이 없게 되자 쿤두즈시 인근의 아무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전했다. 또 완전 포위된 탈레반군 25명도 북부동맹군이 다가오자 서로 총을 쏘아 자살했다고 덧붙였다.

CNN방송은 이와 함께 탈레반 강경파들이 항복하자는 병사들을 쏘아 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탈레반 병사 100여명이 단순히 북부동맹측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탈레반 병사들로부터 총격을 받아 모두 숨졌다고 전했다.

<하종대.김정안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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