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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16일 0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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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거물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도쿄대 출신(불문학과)인 그가 수년간 잡지 등에 발표해온 ‘도쿄대 비판론’을 최근 ‘도쿄대 학생은 바보가 됐는가’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상상 이상으로 ‘무식한’ 도쿄대생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고교 때 생물도 안 배우고 의학부에 들어온 학생, 뉴턴 역학도 모르는 기계공학과 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치바나씨는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이과 지망생들에게 지구둘레(4만㎞)를 물어보면 “46만㎞ 이상”이나 “4000㎞ 이하”라는 상식 이하의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도쿄대가 엘리트의 산실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이 환상”이라며 “무능한 도쿄대 출신들이 기업 등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예가 많다”고 꼬집었다.
주간 아사히 최근호도 ‘도쿄대 출신은 직장의 짐인가’라는 특집기사에서 도쿄대생은 정해진 일은 잘하지만 응용에 서툴다고 지적했다. 일경련(日經連·일본경영자단체연맹)의 모로이 겐(諸井虔) 전 부회장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에는 도쿄대생이 도움이 됐으나 지금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이 기업인사담당자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만드는 2002년판 ‘대학랭킹’에서도 도쿄대는 ‘창조력’ 27위, ‘조직적응력’이 30위로 밀려나 ‘도쿄대 무용론’을 뒷받침했다.
다치바나씨는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입시부담을 줄여준다며 시험과목을 무조건 줄이고 관료적 발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문부과학성의 그릇된 교육정책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도쿄대뿐만 아니라 요즘 일본 대학의 가장 큰 고민은 학력 저하다. 99년 1월 503개 단과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의 단과대가 신입생의 학력 저하로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하는 단과대도 30%나 됐다. 보충수업의 60%는 고교에서 배웠어야 할 내용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