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白旗들었나…저항없이 카블서 전격퇴각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43분


기세오른 북부동맹
기세오른 북부동맹
‘탈레반은 왜 카불을 버렸는가.’

하루 전까지 카불 사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던 탈레반군이 13일 별다른 저항 없이 카불에서 전격 퇴각했다.

북부동맹의 압둘라 압둘라 외무장관은 “변변한 전투조차 치르지 않고 카불로 입성할 수 있었다”면서 “탈레반 병사들은 저항하기보다는 수류탄과 지뢰를 이용해 자폭하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탈레반군의 철수는 미군과 북부동맹의 공격수위 확대와 탈레반군 내의 이탈세력 증가로 인해 탈레반군의 전력이 크게 흐트러진 결과이다.

그러나 카불 포기가 탈레반의 붕괴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탈레반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에 전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카불을 버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방송은 13일 보도했다.

카불 포기가 ‘전략적 후퇴’라는 탈레반의 주장은 카불에서 후퇴하면서 8명의 서방 인질을 칸다하르로 압송해간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칸다하르에서 완강히 저항하겠다는 것이다.

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도 “민간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퇴각한 것일 뿐 패배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카불을 행정수도로만 간주해 왔으며 정예병력은 칸다하르 주변에서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향후 전략도 당연히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전선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미국은 타지키스탄에 공군기를 배치키로 결정한 데 이어 조만간 북부지역에 지상군 전략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항모와 타지키스탄 기지에서 동시 발진한 공군기들이 남부를 집중 공습해 탈레반의 방어력을 약화시키고 북부동맹군과 지상군이 칸다하르로 향한다는 것이 미국의 개괄적인 향후 전략이라고 AP통신은 13일 보도했다.남부지역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파슈툰족의 지지를 누가 이끌어내는가 하는 것도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즈베키스탄계와 타지키스탄계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북부동맹은 북부와 서부에서는 손쉽게 전과를 올릴 수 있었지만 남부에서는 이민족이란 점 때문에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남부전선에서는 미국이 스스로 돌파구를 뚫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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