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파키스탄대통령 최대 위기

  • 입력 2001년 11월 5일 11시 13분


99년말 쿠테타로 집권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해온 라마단 기간의 공습 중단 요청을 4일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파키스탄 국민들의 반미 및 반정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정(政情)불안을 반영하듯 파키스탄 군부는 최근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샤라프 위기 잘 넘길까=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세번째인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반미시위가 고조된 공습 초기나 민간인 피해가 급증했을 때와는 달리 라마단 기간동안의 아프간 공습은 이슬람교도들에게 종교에 대한 모욕 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 동안 이슬람교도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며 해가 지기 전에는 음식은 물론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이슬람인들에게 오는 14일 시작돼 12월13일까지 계속되는 라마단은 한마디로 성월(聖月)인 것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끊임없이 미국에 라마단 기간 동안 공습 중단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에도 공습이 계속되면 파키스탄내에서 근본주의자들과 온건 세력간에 무력충돌이 벌어져 무샤라프 정권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소재 콰이드 이 아잠 대학 라술 라이스 교수는 "미국이 라마단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라마단에도 공습이 계속될 경우 민간인 사상자 속출로 가뜩이나 고조된 공습반대 여론이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방의 관심은 핵무기 안전=미국 등 서방의 관심은 무샤라프 정권의 안위보다도 파키스탄이 갖고 있는 핵무기의 안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식통들은 "파키스탄 군부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핵탄두를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꺼릴 것으로 보이나 중국은 파키스탄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핵무기 안전보장을 위한 기술지원을 파키스탄에 제의했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핵무기의 위치가 탄로날 것을 우려,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키스탄에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핵무기를 탈취할 것에 대비해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이 신중히 거론되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선데이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파키스탄 군부가 이스라엘이나 인도, 미국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핵무기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공격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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