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M폐기 中-러와 갈등…부시 APEC서 MD강행 통보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32분



미국이 대(對) 테러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및 중국과 공조관계를 구축했지만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폐기문제 등 군사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2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ABM 협정 폐기를 거듭 촉구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냉전시대의 산물’인 ABM 협정의 폐기를 주장하는 근거는 테러전 등 21세기 새로운 전쟁상황에 직면해 이른바 ‘불량국가들(rogue nations)’의 미사일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MD체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ABM 협정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협정을 탈퇴해 MD체제 추진을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장 주석은 ABM 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측 입장에는 반대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ABM협정은 세계의 안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반박해 부시 대통령과 뚜렷한 견해차를 나타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합동회견에서 “ABM협정 문제에 일부 진전을 이뤘다”며 “11월 12∼14일 워싱턴과 텍사스 크로퍼드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미국측과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및 장 주석과의 개별 정상회담에서 대 테러전선 구축을 위한 국제연대차원의 지지와 협조를 얻어냄으로써 이들 국가와의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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