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쿠바 레이더기지 철수"

  • 입력 2001년 10월 19일 00시 00분


러시아가 해외의 군사기지를 폐쇄하고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국방예산을 늘려 신무기를 도입하는 등 군 현대화에 집중키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7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군 내부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국방예산을 효과적으로 쓰고 군 전력의 질적 향상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냉전시절 미국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쿠바 루르데스 레이더기지와 동남아시아의 전략거점 역할을 하는 캄란만(灣) 해군기지에서 철수키로 했다. 예산을 절감하는 동시에 미국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나톨리 크바슈닌 총참모장은 “1964년부터 운영해온 루르데스 기지를 폐쇄하면 임대료와 인건비 등 연간 3억달러(약 3900억원)를 절감해 군사위성 20개를 쏘아 올리고 첨단 레이더 100여개를 더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러시아가 루르데스 기지를 폐쇄하지 않으면 각종 경제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행정부에 압력을 가해 왔다.

러시아는 내년(루르데스 기지)과 2004년(캄란만 기지)에 만료되는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 기지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또 2006년까지 국방부 소속 정규군 병력 30만명을 포함해 국경수비대 내무군 등 모두 60만명의 병력을 감축키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올해 9억1800만달러(약 1조1934억원)를 신무기 도입에 추가 투입하고 내년도 예산에 국방비를 14% 증액하는 등 국방예산은 늘리기로 했다.

이번 러시아의 새 군사정책에 대해 군부 일부와 전통적인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반발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쿠바 정부는 17일 “레이더기지 유지를 약속했던 푸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18일 북서부 아르항겔스크항 앞 백해에서 신형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의 잠수함 발사 실험을 두 차례 실시해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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