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북경고 의미]미 "테러戰 악용 불가" 강한 의지 표명

  • 입력 2001년 10월 18일 01시 30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에 대한 ‘부시 외교’의 기조를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20, 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특별회견에서 한미관계를 비롯,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미일, 미중관계 등에 관한 부시 행정부의 종합적인 외교정책 골간을 총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미국의 대(對)테러전을 악용한 북한의 군사 책동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쐐기를 박았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의 방위협정에 따른 우리의 몫을 이행할 준비나 태세가 돼있지 않을 것으로 오판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들은 이것(대테러전)을 우리의 가까운 친구이자 우방인 한국을 위협할 기회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대한방위공약을 역대 어느 행정부 못지 않게 강한 어조로 재확인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남북, 북-미관계를 전반적으로 조망,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지지한다고 명백히 밝히면서 북한측에 대해서는 신뢰 조성, 재래식 군사력문제, 대북지원문제, 북-미대화 등에 대한 메시지를 이번 회견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의 골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먼저 세계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약속한 것은 지키고 대화에 호응하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세계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남북한군사분계선에 집중 배치된 재래식 군사력을 후방으로 돌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도 중단,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이라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관은 여전히 그를 “신뢰할 수 없는 북한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회견 내용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우리는 김 위원장과 협상하자고 제의했으나 그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미국)와의 협상뿐만 아니라 귀국(한국) 정부와의 약속도 이행하기를 거부하는 이 사람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관을 일목요연하게 밝힌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견해는 대화와 교류, 그리고 통일을 향한 양측 지도자의 진지한 자세, 협상을 통한 통일 일정표 마련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기꺼이” 한국을 돕겠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다음은 부시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부시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래 남북 관계가 거의 중단됐다. 일부 한국인은 이러한 모든 상황이 부분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한국민에게 우리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자고 제의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올 6월 우리는 그들이 선택하는 시간에 기꺼이 대표를 보내 그들과 만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우리쪽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있다. 그는 귀국(한국)과 만나지 않고 있으며 우리와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가 만나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도 든다. 두 번째로는 그가 세계에서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는 한국과 휴전선에 대한 압박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 대량 살상무기를 확산시키는 것도 중단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해 어떠한 메시지를 갖고 있나.

“그에 대한 메시지는 협상을 했으면 자기 몫을 해야 하며 만나겠다고 말했으면 만나라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누구도 그가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 않다. 이것은 그가 내린 결정이다. 그가 자기 마음대로 남을 탓할 수는 있지만 약속했으면 자기 몫을 이행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위기를 수습하지 않고 지나치게 의심하고 비밀스럽다는 점에 실망했음을 밝혀야겠다. 그는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김 대통령의 지도력을 찬양하고 싶다. 바로 이 방에서도 밝혔지만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일리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교류가 빈번할수록 평화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본다.”

-미국은 대(對)테러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전쟁이 귀하의 예상대로 1∼2년을 끄는 장기전이 된다면 한국 국민에게는 한반도 안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한국 국민과 한미 상호조약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다할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몰두하는 바람에 한국 정부와의 협정에 대한 우리의 몫을 이행할 태세가 돼 있지 않을 것으로, 어떤 방법이나 형태로든 오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곳(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우방인 한국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방어할 준비를 갖출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견은 무엇이고 미국은 통일 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통일의 전망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어떤 지도자가 만나서 통일을 논의하기를 거절한다면 이룩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남북한의 협상과 대화는 어떤 종류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통일 이후 미군의 지위는 어떻게 되나.

“우리는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극동지역 전반에 걸쳐 안정을 제공하는 데 중요하며 대부분의 정부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곳에 계속 주둔시킬 작정이며 이를 감축할 의도는 전혀 없다. 실제로 미국은 보장과 안정을 제공하는 매우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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