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수사상황]대슐의원 보좌관 29명 감염 드러나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대규모 탄저병 백신실험실을 설립해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또 다른 탄저병 백신연구소가 탈레반 정권의 근거지인 잘랄라바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프랑스의 르몽드지가 17일 보도했다.

또 톰 대슐 미 상원의원 보좌관 29명이 탄저균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미 국회는 탄저균 감염 여부 검사 및 청소 등을 위해 17일부터 일주일간 폐쇄하고 23일 문을 열기로 했다.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 사무실에서도 17일 ‘이상한 물질’이 발견돼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르몽드는 프랑스 비정부기구인 마데라(아프가니스탄 농촌경제개발원조 위원회)가 1996년 탈레반의 승인 아래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유엔 산하 기관들의 자금 지원을 받아 잘랄라바드에 탄저병 백신연구소를 세웠으며 이 곳에서 동물의 탄저병 감염을 막기 위한 백신 600만병을 제조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탄저균 우편물 테러 사건을 수사중인 미 연방수사국(FBI)은 16일 이 사건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혐의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대슐 상원의원과 톰 브로코 NBC 방송 앵커에게 배달된 편지들에 ‘미국에 죽음을’ ‘알라는 위대하다’ 등의 글귀가 있었다면서 “편지 작성자가 이슬람 원리주의자거나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두 우편물은 뉴저지주 트렌턴의 우편소인이 찍혀 있고 봉투의 필체와 편지 내용도 유사해 동일인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대슐 의원에게 배달된 탄저균과 플로리다주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더 선’의 사진부장 로버트 스티븐스를 숨지게 한 탄저균 사이에도 유사성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이 신문은 특히 대슐 의원 앞으로 발송된 탄저균은 포자들이 공기로 전파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제된 강력한 것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공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ABC방송은 이 탄저균이 전자검색기로도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로 제조된 점으로 미뤄 군사적 용도나 국가 차원에서 뒷받침되는 조직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16일 FBI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플로리다주에서 발견된 탄저균은 백신에 대한 내성(耐性)이 있는 등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균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이라크무기사찰단을 지휘했던 리처드 스퍼첼은 “플로리다에서 발견된 탄저균을 보면 이번 사건이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구심이 더욱 깊어진다”면서 “호흡을 통해 폐 탄저병에 걸리려면 지름이 1∼5㎛ 크기의 탄저균 포자 8000∼1만개를 들이마셔야 하는데 탄저균 포자를 이런 크기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탄저균 확산과 지난달 11일 테러사건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이런 고도의 탄저균을 만들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영국 러시아 이라크 등으로 이 중 이라크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테러대책 총괄 업무를 맡고 있는 조국안보국의 톰 리지 국장은 “구체적 증거는 없지만 이번 사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탄저균 확산이 빈 라덴의 테러조직과 연관돼 있음을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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