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레반에 ‘당근과 채찍’ 전략 구사

  • 입력 2001년 9월 26일 16시 24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해 한편으론 군사적 위협을 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달래기에 나서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5일 탈레반이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고 그의 조직인 알 카이다를 해체한다면 용서는 물론 서방의 원조도 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AP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탈레반이 미국의 요구에 응한다면 서방국들과의 관계 개선 등 상당한 이득이 돌아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이 그간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연간 1억4000만달러(약 1800억원) 상당의 식량을 제공해온 최대의 인도주의적 원조제공국 임을 강조하면서 탈레반이 요구에 응할 경우 미국은 탈레반의 집권 여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어떠한 행동도 한 정권을 다른 정권으로 교체하기 위한 전쟁은 아니라면서 미국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을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이런 발언들은 미국이 그동안 적법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리스트들을 비호하는 세력을 응징하겠다 고 위협해 온 것이나 아프가니스탄 주변 지역에 대한 군사력 배치 증강 등을 감안할 때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이 이슬람권 전체를 자극할 수 있다는 미국 온건파 지도자들의 발언이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탈레반이 사실상 고립무원 의 상태에 처해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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