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70년 칠레 쿠데타 개입”…美 안보문서 분석가 제기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41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70년 9월 칠레 대선에서 승리한 좌익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쿠데타 음모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국가안보문서보관소의 고위 분석가인 피터 칸블루는 9일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60분’에 출연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던 키신저 전 장관과 비밀회의를 가진 뒤 칠레 주재 요원들에게 군부쿠데타를 선동하라는 전보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칸블루씨는 “키신저 전 장관이 75년 상원 청문회에서 ‘70년 10월 15일 CIA에 쿠데타 주도자들과의 접촉을 끊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지만 사실 CIA는 바로 그 다음날 쿠데타 선동 전보를 보냈다”고 말했다.

아옌데 전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쿠데타 음모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70년 10월 취임했지만 3년 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대통령궁에서 자살했다.

한편 칸블루씨와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폴 위머트 전 칠레주재 미 무관은 “군부의 정치 간섭을 반대하던 칠레의 레네 슈나이더 장군을 납치해 아르헨티나로 이송할 수 있도록 CIA에 무기를 전달했다”고 밝혀 미국 정부가 아옌데 정부 전복 음모에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70년 10월 22일 우익세력에 의해 살해된 슈나이더 장군의 아들은 이날 프로그램에 출연해 키신저 전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산티아고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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