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경단체 MD저지 나섰다…그린피스등 8곳 소송제기

  • 입력 2001년 8월 29일 19시 19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방어(MD)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내 반대세력의 움직임도 차츰 빨라지고 있다.

그린피스와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등 8개 환경단체는 합동으로 28일 부시 행정부가 알래스카주 등에 건설할 계획인 미사일 시험장과 발사장 등 미사일 방어체제 관련 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소장에서 미사일 방어체제 관련 시설이 건설될 예정인 알래스카주의 포트 그릴리 및 하와이, 태평양 마셜군도 등의 미사일 발사 시험장소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법원이 이들 시설에 대한 환경 및 건강영향 평가를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다.

NRDC의 데이비드 애들먼 변호사는 “부시 행정부는 자체 승인만으로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급격히 변경해왔다”고 지적한 뒤 “잠재적인 환경 피해를 재평가하지 않은 채 미사일 방어 계획을 추진해선 안되며 만일 그렇게 하면 위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의 알래스카주 대표인 멜라니 더친은 “부시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별들의 전쟁’을 추진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단순히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불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7월 14일 태평양 상공에서 미사일 요격 시험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10월에 후속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나 국내외의 반대 목소리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로 미사일 방어체제에 특히 비판적인 테드 포스톨 MIT 교수는 7월 미사일 요격 시험이 성공했을 때도 “이 시험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국방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포스톨 교수는 현재의 기술로는 방어용 미사일이 적국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탄두와 교란체를 분별해 요격하는 것이 어려우며 정교한 교란체를 개발하는 것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는 이유로 미사일 방어체제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찰스 베스트 MIT대 총장에게 포스톨 교수가 갖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관련 자료를 압수하고 이를 입수한 경위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베스트 총장은 포스톨 교수의 자료는 공개된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한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28일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미사일 방어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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