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국방회담 '먹구름'…MD-ABM 상충문제 논의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37분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계획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과 상충하는 문제의 해결책 등을 모색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장관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부장관은 13일 모스크바에서 처음으로 만나 MD계획과 ABM협정 문제에 초점을 맞춘 양국의 포괄적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의 MD계획 추진 등에 대해 러시아측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이번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회담일정도 당초 13, 14일에서 13일 하루로 줄었다.

러시아는 72년 미국과 구 소련이 체결한 ABM협정이 무기통제와 관련된 모든 협정의 토대이자 양국간 전략적 안정의 초석인 만큼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10일 국방부 기관지와의 회견에서 “무기 통제와 관련된 모든 협정의 기초가 되는 ABM협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미-러의 공격용 전략무기 감축 및 MD계획 추진을 제안하고 ABM협정 개정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을 러시아측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엔 미국측에서 존 볼튼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국방차관과 헨리 셸턴 합참의장 등이 동행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11일 “럼스펠드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미국이 ABM협정 탈퇴 수순을 밟기 전에 전략적 파트너인 러시아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때 양국의 공격무기와 방어무기를 연계, 새로운 전략적 틀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G8정상회의 직후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모스크바를 방문, 새 협상을 위한 정지작업을 벌인 데 이어 러시아의 유리 발루옙스키 제1참모차장은 7, 8일 워싱턴에서 미 국방부 관계자들과 실무협상을 벌였다.

두 나라는 다음달 중순 뉴욕에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10, 11월에는 중국 상하이(上海)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푸틴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두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전략적 협의를 계속한다.

<워싱턴·모스크바〓한기흥·김기현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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