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총리 신사참배 반대론 확산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25분


일본의 패전일(종전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겠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변호사협회는 26일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위헌이라며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변협과 야당의 반대〓일본변협 구보이 가즈마사(久保井一匡) 회장은 26일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하는 것은 정교 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구보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발표한 뒤 헌법 존중 의무를 갖고 있는 총리의 입장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말라고 고이즈미 총리에게 촉구했다.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이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은 변협이 처음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간사장도 이날 미야자키(宮崎)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는 이처럼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외교에 대한 견식이 의심스럽다”며 “일단 참배한 뒤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야당인 공산 사민당도 총리의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있고 보수당과 자유당은 중립적인 태도여서 사실상 총리의 신사참배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정당은 한 곳도 없다.

▽다나카 외상도 반대〓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은 26일 “총리 자리에 있는 사람이 왜 굳이 야스쿠니에 가려고 하는가”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신사참배 문제는 교과서 문제와 달리 총리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전몰자 추도는 8월 15일 정부가 개최하는 전국전몰자추도식으로 충분하다”고 강조 했다.

그러나 다나카 외상은 하루 뒤인 27일 “야스쿠니 참배는 고이즈미 총리가 오래 전부터 해온 얘기여서 설득하기가 상당히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다소 후퇴했다.

▽고집스러운 고이즈미〓고이즈미 총리는 26일 구마모토(熊本)에서 열린 참의원 의원 선거 지원유세에서 “(야스쿠니에 가서) 평화국가로서 세계평화를 위해 맹세하겠다는 것이 왜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국민의 감정상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과 중국도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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