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정책 유럽서도 '냉담'…"ABM협정 개정 안된다"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30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군사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미사일방어(MD) 체제가 러시아는 물론 독일 영국 등 유럽 동맹국들의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10일 “MD계획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주요국을 순방하고 있는 미국 대표단이 방문 국가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또 “이들 국가는 MD 구축의 세부 사항이 아닌 부시 행정부의 군사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의견 조율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MD계획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대 저변에는 기후협약 탈퇴, 대(對)대만 무기판매 등 최근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외교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론이 깔려 있다”면서 “미국 대표단의 이번 순방으로 인식 차이가 좁혀졌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러시아〓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대표로 하는 미국대표단과 뱌체슬라프 트루브니코프 외무차관을 대표로 한 러시아 대표단은 11일 ‘전략적 안정에 대한 실무회담’을 열고 MD체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의 방안대로 MD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반드시 개정해야 하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대 핵강국이 협정 보존 강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영 RTR방송은 미국이 “MD공동 구축에 러시아가 참여하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 하원에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는 전력핵 감축 준비가 돼 있으나 이는 ABM협정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월포위츠 부장관이 10일 방문해 MD계획을 설명하자 독일측은 추진 타당성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외교담당 수석보좌관인 미하엘 슈타이너는 5시간 동안 면담한 후 “우리는 MD 계획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으나 미국측으로부터 확실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아직 우리의 입장은 ‘예스(Yes)’도 아니고 ‘노(No)’도 아닌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독일 고위 관리는 “우리는 72년 미국과 구 소련간에 체결된 ABM협정을 폐기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의도에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MD를 구축할 경우 독일측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마크 그로스먼 국무차관이 인솔한 별도의 미국 대표단이 MD 계획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무기 경쟁을 유발할 위험성이 크다는 주장을 폈다.

▽영국〓유럽국가 중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MD구축 방안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계획”이라고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MD계획에 필요한 영국 북부 소재 추적기지 2곳을 미국이 사용하도록 허락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의회는 9일 MD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중국〓MD 계획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 온 중국 정부는 “14일 방중하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이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지만 반대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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