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와히드계 대규모 시위…印尼경찰 비상 경계령

  • 입력 2001년 4월 29일 19시 21분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공금횡령 의혹에 대한 의회의 2차 해명요구서 발부 결의를 하루 앞둔 29일 수도 자카르타에선 친 와히드계 이슬람단체 회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비상경계령을 발동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이슬람 최대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 3만여명은 이날 자카르타의 스나얀 종합운동장에서 구국기도회를 갖고 의회의 와히드 대통령 축출기도를 규탄했다.

기도회에서 와히드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경기장 입구에서 화염병 2개가 터져 7명이 부상했으며 또 하나의 화염병이 부근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와히드 대통령은 연설에서 “기도회가 끝나면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부탁했지만 경찰은 이들중 상당수가 귀향하지 않고 30일 의회 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자카르타시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종합운동장과 의사당 주변엔 4만2000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와히드 대통령은 27일 대(對)국민담화문을 통해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과하겠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이 조달청 공금 횡령 및 브루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 사건 연루 의혹을 문제삼아 국가지도자를 교체하려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의회의 탄핵시도 중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잘못했다면 관련 규정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며 해명요구서 발부의지를 확실히 했다. 최대정당인 민주투쟁당(PDIP) 등 대부분의 주요 정파가 2차 해명요구서 발부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는 2월1일 와히드 대통령에게 1차 해명요구서를 보낸 바 있다. 만족스러운 해명이 없을 경우 의회는 헌법상 90일 이내(시한 5월1일) 2차 해명요구서를 보낼 수 있고 이로부터 한달 뒤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최고권력기관인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르면 6월초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최소 4개월 소요)가 시작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구의 88%를 차지하는 이슬람 세력간의 대규모 유혈 분쟁 가능성.

와히드 대통령을 추앙하는 NU(회원 4000만명)는 대통령 탄핵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으며 진실방어전선(FPK)도 ‘와히드 사수’를 위한 성전(聖戰)을 선포하고 ‘죽음의 결사대’(2만여명) 모집을 끝냈다. 반면 와히드 축출을 지지하는 2대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회원 2500만명)는 군경이 폭동진압에 실패할 경우 NU에 맞설 것임을 천명한 상태.

양측간 유혈충돌이 심화되면 와히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의회를 해산, 탄핵시도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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