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이즈미시대]각료인선 파벌입김 막기 첫 시험대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25분


《26일 일본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들어선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파벌정치 타파를 내세워 열세를 압도적 지지로 반전시키는, 일본 정계에서는 유례가 없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의 화려한 등장은 자민당 정치에 대한 일본국민의 불신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정치력에 대한 불신도 만만치 않다.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기대와 과제를 점검한다.》

고이즈미 전 후생상은 총재 당선이 확실해진 23일 밤 TV에 출연해한 정치평론가를 바라보며 “당신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후보가 ‘혁명’이라고 지칭한 것은 지방예비선거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압도적인 지지를 뜻한다. 아사히신문도 고이즈미 후보의 승리를 ‘고이즈미 혁명’이라고 불렀다.

‘혁명’에 성공한 고이즈미 총재가 당초 약속대로 ‘혁명공약’을 실천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시금석은 얼마나 소신껏 인사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25일과 26일 결정되는 자민당 및 각료 인선에 당 안팎은 물론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가 약속한 인사원칙의 골격은 파벌정치를 타파해서 나눠먹기식 당직인사와 각료인선을 거부하고 당선횟수에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며 여성의원도 많이 기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각료를 자주 교체하지 않고 총리와 운명을 같이 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실천하려면 엄청난 추진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당내 최대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관계가 어색해졌다.

후 보지방표(47개 도도부현 각3표=141표)중앙표(중참의원 346표)합계(487표 중 무효 3표)
고이즈미 준이치로123표(41개 지역서 1위)175표298표
하시모토 류타로 15표(5개 지역서 1위) 140표155표
가메이 시즈카 3표(1개 지역서 1위) 기권(지방표 3표는

고이즈미 후보에게?)

아소 다로 0표 31표 31표

하시모토파를 전면 배제하고 당 3역인사와 각료인선을 하면 그의 개혁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대파벌을 무시할 경우 당과 국회운영이 힘들어진다.

하시모토파는 벌써부터 “해볼 테면 해보라”며 7월의 참의원선거를 위해서는 ‘거당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고이즈미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공명당 및 보수당과의 연립정권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이다. 자민당이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은 정책연립이라기보다는 국회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세 불리기의 성격이 강하다.

고이즈미 총재의 평소 소신대로라면 연립정권도 깨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는 이미 양당과의 연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논공행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고이즈미 총재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지방 예비선거에서 나타난 평당원의 몰표였다.

그러나 중앙정계에서도 친정인 모리파, 맹우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정조회장, 막판에 손을 들어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정조회장이 그를 도왔다.

그래서 간사장으로 야마사키와 가메이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도 별 수 없지 않느냐는 실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고이즈미의 정책노선…개헌론 수용 매파성향 드러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자민당총재가 ‘매파’라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났다.

그는 23일 밤 에토 가메이파(55명)가 미는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후보 진영과의 정책협의에서 헌법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날 정책협의는 24일 오전 가메이 후보가 사퇴하고 고이즈미 후보를 지원하는 대가로 고이즈미 진영에서 무엇을 약속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양 진영은 9개항에 합의했다. 이 중 4항은 ‘외교 안전보장’조항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5항은 헌법에 관한 것으로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21세기에 적합한 헌법개정을 조기 목표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주장은 가메이 정조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그러나 연립파트너인 공명당과 일부 야당이강력히 반대, 공론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재가 이에 합의함으로써 남의 눈치 안보고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이즈미 총재는 원래 헌법의 자의적 해석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유세 막판인 22일 NHK토론에서 “헌법을 유연하게 해석하면 행사도 가능하고 국민의 이해도 얻을 수 있다”고 소신을 바꿨다.

헌법개정 문제는 현재 중, 참 양원에 설치된 ‘헌법조사회’에서 논의중이다. 지향점은 물론 헌법개정이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개정이 목표라고는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조사를 해서 문제점이 있다면 개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고이즈미와 가메이 진영이 ‘헌법개정을 조기 목표로 한다’고 합의한 것은 일본 정계의 본심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번 합의로 개정을 전제로 한 헌법논의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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