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가조작 논쟁 全人大 비화…감독 강화대책 마련할 듯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38분


‘중국 증권시장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인가.’ 올들어 증시 과열과 불공정 거래 여부를 놓고 중국의 경제학계에 벌어졌던 논쟁이 정치무대로 비화했다. 논쟁을 벌여온 경제학자들이 현재 개막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전인대신문 인터넷판 등에는 “주식시장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법규를 제정해야 한다”는 등 혼탁한 증시를 정비할 것을 요구하는 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취재진은 논쟁 주역을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중국 언론매체는 이번 전인대에서 투명한 증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1월 중국의 저명한 시장경제이론가이자 지난해 중국의 최고 경제학자로 뽑혔던 우징롄(吳敬璉)칭화대 교수가 관영 CCTV에 출연해 한 발언이었다.

우교수는 당시 “중국 주식시장은 권력층을 배후에 낀 ‘큰 손’과 기관투자가가 짜고 연출하는 도박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들이 가격을 조작하는 바람에 소액주주는 빈털터리가 되기 쉽다”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일부 특권층의 배만 불리는 ‘특권층 자본주의’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 증권감독원은 즉각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회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주가는 폭락했으며 거래가 위축되는 등 시장 불안이 증폭됐다.

베이징(北京)대의 경제학자 리이닝(勵以寧)교수 등이 2월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리교수를 비롯한 5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언론매체를 통해 “우교수의 발언은 과대포장된 것”이라며 주식시장 거품론을 반박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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