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취임 한달]내치 일단 쾌조…외치는 물음표

  • 입력 2001년 2월 19일 19시 09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둘러싼 소송 끝에 힘들게 당선된 탓에 정통성이 취약한 ‘약체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국정운영은 그같은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내치(內治) 면에선 공화, 민주당은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치(外治) 면에선 그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어 아직은 물음표가 붙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자신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각종 정책을 이행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는 취임 직후 교육분야의 개혁을 최우선 정책으로 제시해 전통적으로 교육 문제를 중시해 온 민주당으로부터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이어 10년간 1조6000억달러의 감세 공약을 강력히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당초 감세안에 비판적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지를 얻어내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은 연방정부의 재정흑자 기조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으나 최근엔 대세에 밀려 감세 자체엔 동의하되 그 폭은 9000억달러 수준이 적절하다는 선으로 후퇴한 상태다.

친화력이 뛰어난 부시 대통령은 또 적극적인 ‘민주당 껴안기’를 통해 극단적 보수성향으로 논란을 빚은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 등 각료들의 상원 인준을 무난히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부시 대통령이 썩 잘하고 있다”는 말로 부시 대통령의 국론통합 노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단체인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가 18일 연례총회에서 “부시 대통령은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아직은 폭 넓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의 구축 강행을 선언하고 16일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기습 공습하는 등 ‘미국의 힘’에 바탕을 둔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보수파를 중심으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많지만 국제사회에선 미국이 우월한 군사력을 마치 ‘람보’처럼 휘두르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NMD에 대해선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이에 반대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이 이를 강행할 경우 외교적 마찰이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부시 대통령의 외교 능력도 결국 NMD 문제를 통해 검증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그런 대로 ‘합격점’을 받고 있으나 객관적인 평가는 역시 정권 초의 관례인 언론 및 야당과의 ‘밀월기간’이 지나야 제대로 내려질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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