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와티 '제2의 아로요' 될까…정계입문 시기등 같아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56분


‘대통령의 딸→부통령→대통령직 승계.’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53)이 그랬던 것처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부통령(54)도 닮은 꼴의 정치 역정을 밟게 될 것인가.

인도네시아 정국이 걷잡을 수 없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면서 아로요에 이어 메가와티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메가와티와 아로요는 여러 측면에서 ‘붕어빵’처럼 닮았다. 먼저 둘은 나이가 비슷한데다 모두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를 뒀다. 메가와티는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수카르노 대통령의, 아로요는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딸이다.

이런 후광을 업고 두 사람 모두 30대 후반에 정계에 입문했다. 메가와티는 36세(83년)에 아버지가 창당한 민주당(PDI) 자카르타 지부장으로 정계에 진출했지만 아로요는 38세(86년)에 무역산업부 차관으로 발탁돼 관계에 먼저 발을 디뎠다.



이후 메가와티는 당총재(93년)에 이어 99년 대통령 선거에서 와히드에게 진 다음날 부통령에 선출됐다. 아로요는 상원의원(92, 95년)에 이어 98년 유례없는 지지로 부통령에 당선됐다.

물론 메가와티가 때로 가시밭길을 걷기도 했다면 아로요는 장미꽃이 핀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는 차이도 있다. 메가와티는 96년 집권세력의 작용으로 민주당 총재에서 쫓겨났으나 이에 반발, 민주투쟁당을 결성해 99년 6월 총선에서 제1당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반면 아로요는 의원시절 수많은 경제입법을 만들며 ‘학구적’ 의정활동에 주력했다.

이런 차이는 두 사람이 살아온 젊은 시절의 인생 역정의 차이에서 나온 것 같다. 메가와티가 대학시절 운동권에 뛰어들어 졸업장조차 받지 못한 ‘참여파’였다면 아로요는 미국 유학 뒤 경제학 교수가 된 ‘실용파’였던 셈. 이후에도 메가와티가 정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형’이라면 아로요는 엘리트 등용코스인 상아탑과 관계를 거친 ‘온실형’으로 커왔다.

부통령이 된 뒤 두사람은 최고 권좌에 오를 꿈을 키워왔다. 먼저 뜻을 이룬 쪽은 아로요였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수뢰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10월 그의 하야를 요구했고 결국 ‘피플파워’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메가와티도 1일 그동안 와히드 대통령과의 ‘밀월’을 깨고 그의 부패혐의를 인정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메가와티가 꿈을 이룰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두사람은 3명의 자녀를 뒀으며 사업가를 남편으로 뒀다는 점도 빼닮았다. 다만 아로요 부부가 금슬이 좋은 편인 반면 메가와티는 이혼을 두 차례한 경력이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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