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직자 재산등록제 실시키로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6시 17분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

샤먼(厦門)밀수스캔들 등 부패사건에 고위공직자 가족들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11월부터 공직자가족 사업영역 제한조치를 전격 도입했던 중국은 내년부터는 관료들의 뇌물수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공직자 재산등록제를 실시키로 했다.

웨이 젠싱(尉健行)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는 2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5차 당기율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간부들이 스스로 청렴한 자세를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공직자재산등록제를 도입키로 했다"며 성(省),부(部)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할 것 이라고 밝혔다. 성부급 간부는 중앙부처 부부장급, 지방의 부성장 등 차관급 이상으로 3000명이 넘는다.

웨이 서기는 또 이들 간부들이 기업들로부터 금품이나 유가증권, 과도한 향응을 제공받거나 국내외 기업들의 비용으로 외유를 떠나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3월 부패혐의로 처형된 후창칭(胡長淸) 전 장시(江西)성 부성장은 94년부터 98년까지 5년간 87차례나 뇌물을 받아 700여만위안(10억원)의 재산을 모았다. 이중 160만위안은 지금까지도 출처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총리급으로 9월 총살된 청커제(成克杰)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92년부터 98년까지 국유토지매각과 건설공사 발주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2900만위안의 뇌물을 챙겼다. "직위가 높을수록 뇌물액수도 크다"는 통설을 입증한 셈.

중국의 주요 부패사건

12월2일가오창리 사법부장 비리혐의로 해임
11월 말뉴마오성 수리부장, 허베이 성장으로 좌천
11월27일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국회격) 2명 파면
11월20일싼샤댐 관련 부패로 당·정관리 100여명 기소
11월8일푸젠성 샤먼 밀수사건으로 전시장 등 14명 사형

이밖에 이달 들어 선양(沈陽)시장 부인과 부시장 등 시고위 관계자들이 폭력조직이 제공한 돈으로 마카오로 외유를 떠났다가 공금 4000만위안 등을 도박으로 날려 선양시장을 포함한 시고위간부들이 옷을 벗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공직자들의 재산등록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상당수의 관료들은 공직자가족 사업영역 제한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소유 기업을 친인척 명의로 바꿔 버렸으며 별장 등도 타인명의로 해놓은 경우가 많다. 재산등록을 제대로 했는 지를 검증하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재산등록제의 시행으로 고질적인 중국사회의 부패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기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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