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백지영씨는 문화 충돌의 희생자"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5시 16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25일‘인터넷 섹스 비디오를 둘러싼 한국인간의 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가수 백지영의 비디오 파문을 다뤘다. 이 신문은 한국의 인터넷문화가 보수적인 문화와 충돌을 일으켜 백지영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최근 한국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백지영은 성행위 모습이 담긴 비디오 동영상 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수난을 겪었다. 백지영의 동영상은 하루 20만회까지 다운로드됐다. 백지영은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 모른다고 버티다가 결국 사실을 고백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한국은 인구 4700만명 중 3분의 1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어 인터넷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혼전 성관계를 추문으로 여길 만큼 보수성이 강하다.

백지영에 앞서 1989년 미스코리아 출신의 배우 오현경도 성행위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오현경은 정숙하지 못한 이의 표시인 ‘주홍글씨’를 달고 사는 사람처럼 돼버렸다.

한 칼럼니스트는 “인터넷이라는 개방적인 정보유통방식이 한국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사고방식은 여전히 제자리”라고 비판했다.

최근에 발생한 남자 연예인 송영창과 주병진 사건을 보면 여자 연예인 사건과는 판이한 반응이 나온다. 몇몇 남성은 송영창과 주병진은 상대 여자가 원했기 때문에 실수를 했을 뿐이라며 그들이 왜 처벌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편든다.

백지영은 한국에서 활동을 계속하며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콘서트는 취소되었으며 출연자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방송사가 그녀의 출연을 허용할 리도 없다.

백지영의 변호인은 “한국사회에는 위선이 팽배해 있다”며 “비디오에 나오는 두 남녀를 비난하지만 그 비디오를 보고 싶어 안달을 한다”고 지적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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