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제전범법정 개최]일본 사죄-보상 '압력'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3분


일본군의 군위안부 관련 전쟁범죄 책임을 묻고 가해자를 재판하기 위한 ‘여성 국제전범 법정’이 8일 일본 도쿄(東京) 구단회관에서 열린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군위안부 피해자 78명을 비롯, 1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법정은 아시아 8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공동개최한다.

▽진행〓나흘간 열리는 법정에서는 남북한 중국 대만 등 군위안부 피해자가 원고가 돼 위안소 설치에 관련된 일본군 관계자와 천황, 일본 정부 등의 책임을 묻는다. 종전 당시 미얀마 국경에서 임신한 채 구출된 처참한 모습이 사진을 통해 널리 알려진 북한의 박영심(朴永心·78)할머니 등 북한 피해여성 2명도 증인으로 참석한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수석검사의 기소장 낭독, 각국 피해자 증언, 일본군 구조와 이에 대한 천황의 책임에 대한 전문가 증언이 있다. 셋째 날에는 일본인 위안부와 당시 일본군인 2명이 일본군의 잔혹행위에 대해 증언하고 검사논고로 막을 내린다. 12일에는 관계자 증언과 증거를 토대로 판결이 내려진다. 관련 내용은 내년 3월8일 최종보고서로 발간된다.

▽참석자〓한국은 피해자 31명 등 223명으로 참가국중 최대 규모. 북한도 피해자 2명을 포함, 11명을 보냈다.

판사는 93년 유고 국제전범법정에서 재판장을 맡았던 가브리엘 커크 맥도널드(미국)를 비롯, 카르멘 마리아 아르히바이 국제여성법률가연맹회장(아르헨티나), 크리스틴 친킨 영국 런던대 국제법 교수, P N 바그와티 유엔규약 인권위원회 부의장(인도), 윌리 무퉁가 케냐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이 맡는다. 수석검사는 패트리샤 비사 셀러즈 유고국제전범법정 법률고문(미국)과 티나 돌고폴 프린터즈대 교수(호주) 등.

▽영향〓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국제민간법정에서 다룬다는 점에 큰 뜻이 있다. 주최단체 중 하나인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일본네트워크’의 마쓰이 야요리 대표는 “태평양전쟁 전범을 재판했던 도쿄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범죄의 책임을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법 추세가 전시 성폭력을 처벌하는 것인만큼 현재 설치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룰 때 이번 재판 결과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98년 채택된 ICC설립조약에서는 전시 성폭력을 ‘반인도적 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93년 유고 전범법정과 94년 르완다 국제법정에서도 여성을 감금하고 강간한 군인이 기소된 적이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맥도널드 재판관 "천황-정부관료 책임 물을것"▼

‘여성국제전범법정’의 재판관을 맡은 가브리엘 커크 맥도널드 전 유고전범법정 재판장(사진)은 “일본정부는 태평양전쟁에서 20만명의 여성을 일본군의 성 노예로 동원했다”며 전시 성폭력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국제법을 이번 법정에서 정확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법정에 제출되는 증거를 토대로 위안부 역사에 대한 종합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차원에서 베트남 전쟁범죄를 재판한 러셀법정 등 과거 법정과 다른 점은….

“러셀법정은 베트남전쟁에서의 인권침해를 다뤘지만 이번에는 군위안부 등 성폭력 범죄를 다루게 된다. 전후 도쿄법정과 뉘른베르크법정에서도 성폭력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누구를 재판하는가.

“일본사회 전체를 재판하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 개인들과 위안소 마련과 관계된 일본군, 정부 고관, 천황 등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피고 변론을 위해 지난달 일본 정부에 초청장을 보냈으나 답장이 없다. 가해자측 변론은 그동안의 기록으로 대신할 것이다.”

―판결은 어떤 내용이 될 것인가.

“기소장과 피해자 증언, 증거를 토대로 재판관들이 논의할 계획이다. 증거가 충분히 제시된다면 일본정부에 공식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릴 것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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