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판결 양진영 희비]고어측 "투명한 재검표를"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8시 40분


21일 미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인정’ 판결에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진영은 예상대로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고어 후보는 판결 직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극찬한 반면 부시 후보 대신 회견을 한 제임스 베이커 전국무장관은 대통령 선거 이후 가장 강한 어조로 ‘연방 대법원 상고’를 시사했다.

▽고무된 고어 진영〓플로리다주 대법원 판결 2시간 뒤 워싱턴 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고어 민주당 후보는 “오늘의 승자는 우리의 민주주의”라며 고무된 표정으로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고어 후보는 “수작업 재검표를 거치는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투표가 부시 후보의 표가 될지 나의 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은 분명하다”며 수작업 재검표 주장이 자신의 승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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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아 유무효 논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른바 ‘보조개 표’를 겨냥한 듯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려준 이상 우리는 ‘공정하고, 정확하고, 완전한’ 재검표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보조개표에 대해서는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고어 후보는 또 15일 제안했다가 부시 후보로부터 거절당한 단독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다만 고어 후보측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고어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수작업 재검표 보고 시한을 26일(주정부가 휴무일 경우 27일 오전 9시)로 못박은 것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이 심리 내내 양측 변호사들에게 플로리다주의 전체 선거결과 발표 시한이 12월12일이라는 사실을 수 차례에 걸쳐 확인 받았기 때문.

고어 후보진영의 일부 관계자는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어쨌든 고어 후보측은 팜비치 마이애미데이드 등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중인 2개 카운티에 대법원이 설정한 마감시한까지 작업을 끝내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작업을 끝낸 브로워드는 시한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팜비치는 추가로 검표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격앙된 부시 진영〓주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미 언론은 공화당이 과연 연방 대법원에 상고해 지루한 법정 공방을 계속할지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 이후 부시 후보의 ‘입’ 역할을 도맡아온 베이커 전국무장관은 “부시 후보가 앞으로 어떤 방안을 선택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어 후보측이 지금까지 계속 얘기해온 것처럼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라며 상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이커 전국무장관은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플로리다주 대법원과 민주당 성향의 카운티 선거감독위원회가 바로 이런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플로리다주 대법관들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명백히 자신들의 권한을 넘어서 사실상 선거법을 다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그는 “공화당이 절대다수인 플로리다주 의회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은근히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부시 후보는 이날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 머물며 공식적인 반응을 일절 회피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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