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난징 비천문벽화 첫 발견 '흥분'

  • 입력 2000년 11월 6일 19시 07분


지난달 하순 중국 난징(南京) 근교에서 비천문(飛天紋)을 그린 벽화가 발견됐다. 난징에서 발행되는 양자만보는 이를 대대적으로 소개했고, 중국 둔황(敦煌)투루판학회 상무이사인 황정(黃征)교수와 둔황연구원 미술연구소 셰청수이(謝成水)교수 등 중국내 둔황학 대가들이 속속 난징으로 몰려들었다.

시샤산 천불암에는 약 350여개의 동굴에 불상이 안치돼 있는데 비천벽화가 발견된 곳은 102호 굴이었다. 조사결과 이 굴의 비천문은 둔황 막고굴(莫高窟)의 321호 굴에 그려진 쌍비천과 아주 비슷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492개에 달하는 둔황 막고굴의 동굴 중 270여개의 동굴에는 4500개의 비천문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난징의 천불암에서 비천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것도 단 한 개의 동굴에서였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열광했다. 중국 학자들은 시샤산 천불암을 ‘둥(東)둔황’이라고 이름붙였다. 일부 중국언론들은 100년 전 둔황의 장경동(藏經洞) 발견에 버금가는 대발견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음악의 신’을 뜻하는 이 비천문은 시기에 따라 모습과 길이가 달라 벽화제작시기를 아는데 주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천문은 불교예술의 동진(東進)으로 실크로드를 따라 지금의 신장(新疆)지역인 서역과 하서회랑(河西回廊)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와 다시 동진을 거듭,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졌다. 고구려 고분벽화 등에 비천문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난징의 ‘시샤비천’ 발견으로 이같은 전래루트에 이견이 생겼다. 시안에 도착한 비천문이 난징을 거쳐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직접 전래됐다는 것이다. 전래루트에 한반도가 빠진 것이다.

비천문은 과연 한반도를 통해 일본으로 전래됐는가, 아니면 중국에서 직접 건너갔는가. 이는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둔황학의 난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의 중심에서 우리나라 학자들은 빠져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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