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0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외교관들은 한결같이 “냉전체제 붕괴 이후에 국제무대에서 정상의 역할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며 “이번 노벨상 수상은 한국의 대외지명도와 신인도를 높이고 외교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냉전 이후 양자 외교의 비중이 줄어들고 국제회의나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 외교’가 활성화하면서 국가정상의 인지도와 능력이 곧 그 나라의 외교력으로 이어지는 게 보편적인 추세라는 것.
최영진(崔英鎭)외교정책실장은 “동―서 이념분쟁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가 중시되고 있다”며 “노벨상 수상은 김대통령을 그런 가치의 표상으로 더욱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여러 차례 수행했던 한 중견외교관은 지난해 9월 제7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김대통령의 발언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동티모르 유혈사태에 대한 김대통령의 공동대책 수립에 대해 일부 정상들은 ‘APEC에서 정치문제를 다루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대했으나 김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유로 강력히 호소, 동티모르에 유엔평화유지군(PKO)을 파견하게 됐다”고 상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인권 외교’라는 명분이 종종 ‘실리 외교’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이런 현상이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장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방한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는 티베트의 망명지도자 달라이 라마 문제부터가 복잡해질 것으로 외교관들은 우려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