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노벨상 수상시리즈1]'평화상과 한국'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43분


《노벨상이 제정된 지 꼭 100년이 되는 올해, 한국에 그 영광의 상이 주어졌다. 그것도 노벨상의 꽃이라고 불리는 평화상이. 매년 이맘 때면 누구나 한번쯤 “혹시나…” 하며 기대를 걸었다가 이내 “우리는 언제나…”라며 아쉬움을 삭여야 했던 노벨상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한국과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것은 민족적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이다. 질곡의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한민족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았고,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온 데 대한 평가이자 보상이다.》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 그리고 분단을 겪으면서 상처받고 위축돼 급기야는 스스로도 비하해마지 않았던 한국인의 자긍심을 일거에 회복시켜준다.

노벨평화상은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김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화해 협력정책과 인권신장과 민주화를 위한 고난의 역정을 평가한데 따른 것이다.

반세기 만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6·15 남북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김대통령이 걸어온 화해와 용서의 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의 산물인 셈이다.

서울대 윤영관(尹永寬·외교학)교수는 “50년 냉전체제에 마지막 종지부를 찍고 동북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며 “김대통령이 그 일을 시작, 해결사 역할을 하고 나선 데 대해 국제적 인증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교수는 “국제정치가 물리적 힘으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닌 만큼 노벨상은 명분적 차원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강화, 동북아 군비축소 및 평화정착을 주도하는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북 지원용 재원조달에 있어서도 다양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분위기 조성에도 크게 기여하리란 전망이다. 나아가 북한에 대해서는 이제 국제적 고립탈피와 화해 협력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새삼 재인식시키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국내적으로도 대북 지원사업 등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면서 국민의 협력을 유도하는 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 이정희(李政熙·정치외교학)교수는 “남북 간 관계개선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된 ‘남―남 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국민 여론 통합 및 여야 협력관계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벨평화상은 다른 분야의 노벨상과 달리 성취한 업적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미완의 노력과 의지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각계의 주문과 염려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노벨상 수상의 영광과 쏟아진 헌사(獻辭)들…, 그 모든 것이 앞으로 김대통령이 져야 할 짐”이라고 말했다.특히 그동안 여야 간에 노벨상 수상 여부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설왕설래와 정치적 논란이 많았다는 사실, 야당의 ‘노벨평화상 환영’ 논평 뒷부분에 담긴 “반대세력을 포용하고 국민 통합에 힘써달라”는 당부 등은 김대통령이 앞으로 더욱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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