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11월 베트남 방문…종전이후 美대통령으론 처음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11월 베트남을 공식 방문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이 14일 밝혔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클린턴 대통령이 11월 15일부터 이틀간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클린턴 대통령은 지난주 미 뉴욕에서 열린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천 득 렁 베트남 대통령을 만나 방문 일정 등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 계획이 발표되자 베트남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베트남 외무부는 15일 오전 성명을 내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은 앞으로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발전은 물론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베트남은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통해 그동안 진행돼 온 양국의 관계 정상화 노력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94년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했으며 95년 7월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올해 7월에는 양국간 교역을 정상화하기 위한 무역협정도 체결했다. 미―베트남 무역협정은 양국 의회의 비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정상화에 따라 두나라 모두 이득을 얻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진행되면서 위기에 처한 베트남 경제가 호전되고 미국으로서도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록하트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무역 증진 등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방문기간 중 베트남의 인권 개선과 일당 독재를 합법화하고 있는 헌법 개정 등 까다로운 의제를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의회가 무역협정 비준과 베트남의 인권문제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

이와 함께 클린턴 대통령은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베트남전 당시 실종된 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한층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철기자·외신종합연합>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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