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국 '포드' 올스톱 위기…차량결함 파문 확산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자동차 왕국’ 포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그룹 포드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집단 소송과 불량 타이어로 인한 사고의 후유증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로 포드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에 치명타를 입은 것은 물론 수억달러가 넘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까지 예상된다고 미 언론이 지난달 31일 일제히 보도했다.

포드의 주가는 31일 25달러로 폭락해 연중 최고치 57달러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위기의 발단〓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달 3일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 파이어스톤사의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의 스포츠레저 차량(SUV) ‘익스플로러’가 193건의 타이어 파열사고를 일으켜 운전자와 승객 2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NHTSA는 지난달 31일 미국 내에서 불량 타이어 사고(770건)로 인한 사망자가 26명 늘어 모두 88명으로 증가했으며 부상자도 25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혀 파문의 확산을 예고했다.

NHTSA는 포드 베네수엘라 지사가 일부 자동차의 타이어를 교환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조사에 나섰다. NHTSA의 발표 이후 파이어스톤은 익스플로러 등에 장착된 타이어 3종(래디얼ATX와 ATXII 380만개, 와일더니스 AT 270만개) 650만개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포드 베네수엘라 지사도 지난달 29일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결함률이 미국에서보다 1000배나 높다며 리콜을 요청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40명이 사망한 35건의 교통사고가 문제의 타이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과 리콜 상황〓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지난달 31일 포드가 1983년에서 95년까지 생산한 약 200만대의 차량을 리콜하라고 명령할 용의가 있다고 예비판정했다. 이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포드차 소유주 350만명이 포드차의 점화장치 계통에 문제가 있어 운전 중 시동이 꺼지는 일이 빈번하다며 제기한 것. 이들은 포드가 내부적으로 결함을 알고서도 묵살해 왔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불량 타이어 파문과 관련해 포드는 익스플로러와 경트럭 등 문제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세계 16개국에 수출됐다고 밝혔다.

▽전망〓미 의회는 다음주부터 포드와 파이어스톤 및 관련 당국을 상대로 청문회를 시작한다. 플로리다주 검찰은 포드가 리콜 발표 전에 타이어의 결함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미 자동차업계는 불량 점화장치 소송과 관련해 포드가 200만대의 리콜 명령이라는 최종판결을 받을 경우 리콜 비용이 2억50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괜찮은가〓포드 자동차의 한국지사인 포드코리아는 문제가 된 익스플로러는 국내에 320대가 수입됐다면서 불량 타이어의 장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타이어 검사 요청 서한을 발송 중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포드코리아의 이춘회 과장은 “한국에서는 익스플로러의 타이어 파열로 인한 교통사고 사례가 아직 접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