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억류 서방인질 21명 두달째 갇혀 빈사상태 빠진듯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필리핀의 이슬람반군단체 아부 사이야프에 의해 프랑스인과 독일인 등 21명이 납치된 지23일로 두 달이 된다. 아부 사이야프는 4월23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 시파단섬에서 이들을 납치한 뒤 현재 남부 졸로섬의 정글 속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RD방송 등 독일 언론들은 20일 “이들은 정글 내 오두막에서 탈수와 굶주림으로 거의 빈사상태에 빠져 있으며 이제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정부는 20일 반군과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군은 인질 석방조건으로 1인당 100만달러씩 모두 2000만달러의 몸값과 남부 섬들에 대한 자치권부여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핀란드 등은 기꺼이 몸값을 지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필리핀이 자치권 부여에 대해 난색을 표명해 인질극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우려마저 있다.

외국인 인질사건은 반군이 4월을 기해 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필리핀 내전의 원인은 정부와 이슬람교도간의 뿌리깊은 종교적 반감 때문. 국민의 89%를 차지하는 기독교도가 1948년 독립 이후 권력을 장악하면서 이슬람계 말레이족을 학대하자 말레이족들은 60년대에 무장반군을 결성하면서 유혈극이 일상화되고 있다.

현재 반군은 크게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장하는 아부 사이야프와 최대세력인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급진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3개로 나눠져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 등 이슬람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남부 민다오섬을 기반으로 반정부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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