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연착륙" 공방 뜨겁다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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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연착륙(Soft Landing)’인가,‘경착륙(Hard Landing)’인가.

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와 금리인상, 주가폭락 등을 동반하지 않고 경기안정을 이룩할 수 있을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과열 진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자칫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세계적인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발표되는 각종 지표를 두고 경제 연착륙 여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표상 연착륙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분석가들은 최근 각종 지표가 경기과열 현상이 누그러들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한다. 6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올 1·4분기(1∼3월)중 노동생산성(농업부문 제외)증가율은 2.4%. 이는 지난해 4·4분기(10∼12월)의 증가율 6.9%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

노동생산성 증가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지난주 발표된 5월중 실업률은 4.1%였다. 이는 30년만의 최저 수준이었던 4월의 3.9%보다 다소 높아졌다.

기업의 원자재 구매패턴을 통해 인플레 가능성을 예측하는 수단인 구매관리지수도 지난달에 4월보다 1.7포인트 떨어진 53.2로 13개월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기업의 구매가 늘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의 최근 지표는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판매대수 증가율도 21개월만에 처음으로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소비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이후 계속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기상조론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각종 지표가 경기 하강 국면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경기가 한풀 꺾였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실업률도 미국의 상황으로 보면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것이고 1·4분기 노동생산성도 전분기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증가추세는 여전하다.

FRB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패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 한 세미나에서 “몇가지 경기지표로 볼 때 미국의 경기가 어느 정도 둔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있지만 연착륙 기조가 굳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런스 메이어 FRB이사도 이날 보스턴경제인 클럽 연설에서 수년동안 과열성장으로 누적된 인플레 압력을 제거하려면 1·4분기중 5.4%를 기록한 성장률을 4%이하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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