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보는 북한]"싫지만 중요한 나라"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04분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비공식 중국방문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태도는 ‘일본에 있어서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류상황이나 친밀도와 별개로 일본에 북한은 아주 ‘중요한’ 나라다.

일본 언론들은 2일 김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말 그대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김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사진을 크게 싣고 3, 4개면씩 지면을 할애했다. 김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의 배경과 남북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등이 주요 내용.

북한은 일본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 김위원장의 움직임은 언제나 주요 뉴스가 된다. 어떨 때는 한국 언론보다 훨씬 더 북한의 동향에 민감하다고 여겨질 정도.

북한이 일본을 겁먹게 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 8월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영해에 떨어진 사건이다. 한국에서는 ‘그저 북한 미사일 한발이 일본 영해에 떨어졌다’고 생각했으나 일본 국민은 거의 경악하는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역으로 이용해 착실하게 군비확장을 해간다. 그래서 일본 군사대국화를 촉진한 최대 공로는 바로 북한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일본은 북한이 예측 가능하며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일본 정부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을 것 같은 북일 국교교섭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희망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언론의 보도에서는 김위원장이 한국 중국 미국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외교를 펼치게 되면 ‘경제지원’을 무기로 쌓아온 일본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엿볼 수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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