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방크 순익 79%격감…'손정의式 경영'의문 제기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한국계 일본기업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씨가 이끄는 소프트방크의 지난 해 순익이 전년보다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방크의 경영실적이 급격히 떨어지자 일본에서는 손정의의 경영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공개된 소프트방크의 99회계연도 순익은 전년의 375억4000만엔보다 78.9%나 떨어진 84억5000만엔에 그쳤다. 매출은 전 회계연도 5281억6000만엔보다 20% 감소한 4232억2000만엔이었다.

소프트방크의 매출과 순익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해 수익을 못 내던 킹스턴 테크놀로지와 지프 데이비스 잡지사 등 미국 내 자회사 2개를 매각하면서 1960억엔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소프트방크의 주가도 2월15일 주당 19만8000엔으로 정점에 이른 뒤 급속하게 하락해 26일 현재 1만8100엔까지 떨어졌다. 최고치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에서 '허왕(虛王) 손정의'라는 제목으로 소프트방크의 급속한 추락을 분석하는 연재를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은 손정의의 비약적인 성공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적지 않게 써왔지만 한국계 일본인들에게 비교적 온정적인 아사히신문이 이런 기사를 싣는 것은 이례적인 일. 일본에서 '손정의 때리기'가 막 오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잡지는 손정의는 인터넷 선진국인 미국(미래)의 기술을 뒤져 있는 일본(과거)에 이식한 이른바 '타임머신 경영'으로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손정의의 경영은 아울러 미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유대인 방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신보 게이시(新保惠志) 도카이(東海)대 교수는 "소프트방크는 시류를 타고 주식의 '미실현 이익'을 이용해 부를 쌓아왔다"고 지적했다. 즉 '인터넷관련 기업 주식 보유→주가상승에 따른 미실현 이익 상승→주식매각으로 큰 이익 실현→다시 인터넷관련 기업 주식 매입'의 방법으로 기업을 키워왔다는 것.

물건을 만들지 않고 오로지 '이름'에만 의존하는 이같은 경영방법은 신용을 잃으면 곧바로 자금압박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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