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내각 '神의 국가' 발언 여파 지지율 급락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54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가 ‘신의 국가’ 발언으로 ‘제 무덤을 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3일 발표된 일본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모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달 내각 출범 직후의 40%에서 절반인 20%로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24%에서 54%로 배 이상 높아졌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은 27.9%로 지난달보다 14%포인트나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18.5%포인트나 급증해 54.6%에 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내각이 출범한 다음달 이처럼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총리가 한 ‘신의 국가’ 발언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총리를 믿을 수 없다”(51%, 요미우리신문), “총리의 지도력을 기대할 수 없다”(61%, 마이니치신문)는 것이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내각 지지율이 이처럼 떨어지자 6월25일 중의원 총선을 앞둔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젊은 의원들은 “총리 때문에 부동표가 달아나고 있다”거나 “총리가 문제 발언에 대해 확실하게 사과하지 않아 일이 커졌다”며 불평하고 있다.

현재 모리 총리의 인기를 높일 만한 호재는 없다. 모리 총리는 “중일전쟁이 침략전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거나 “오사카(大阪)를 비난했다고 알려진 발언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며 과거 발언을 번복하거나 해명하기에 바쁘다. 또 대학생 때 매춘혐의로 처벌받았다는 스캔들마저 불거져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자민당은 6월 총선에서 어쨌든 제1당 자리는 유지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예상만큼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리 총리에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 내 최대파벌인 오부치파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총리를 파벌회장으로 추대하고 모리를 대신해 총리로 다시 옹립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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