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반체제인사 20명, 서울출입국관리소에 난민신청

  • 입력 2000년 5월 17일 01시 11분


미얀마(옛 버마)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소속 불법체류 미얀마인 20명이 16일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관리소에 난민인정 신청을 냈다.

우리나라가 국제난민조약과 국제난민선택의정서에 가입한 92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54명이 난민 신청을 냈지만 이같은 집단 신청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신청자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20명 전원이 남자이고 나이는 24∼49세이며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1991∼1999년 등으로 다양하다”는 사실만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3시경 접수시킨 ‘난민지위인정신청서’에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NLD(대표 아웅산 수지)에 소속돼 활동했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 박해를 받게 된다”는 ‘정치적 이유’를 난민신청의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법무부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입국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난민신청을 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조항에 따라 ‘60일 규정’을 어기면 신청서조차 교부하지 않았다”며 “이번 집단 난민신청을 접수시킨 것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NLD 한국지부 대외협력국장 샤린(가명·29)이 정부의 강제퇴거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난민인정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샤린을 포함한 이들 NLD 소속 미얀마인들이 ‘난민 1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단 한명의 난민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국제적으로 ‘인권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